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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 생각, 경험, 기록/내 인생의 경험과 생각정리

황조롱이 새줍 후기, 도시에서 생명을 위협받는 야생조류들.

by 소기남 2022.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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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8일 수요일의 기록)

바로 어제의 일이다.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평일 오후.

오늘도 회사에서 점심을 먹고 아내와 통화를 하기 위해 3층 야외 테라스로 나왔다.

전화통화로 아내와의 잡담을 이어가던 중..

내 오른쪽에서 뭔가 시선이 느껴졌다.

 

 

 

...

.......;;

누구냐 넌..

그래서 전화를 받다가 아내에게 새가 옆에 있다고..

그리고 다친 것 처럼 보인다는 이야기를 하며 전화를 급하게 마무리 지었다.

야생동물들에게는 갑자기 다가가면 놀랄 수 있으니 천천히 거리를 좁혀 나갔다.

안정감을 좀 느낄 수 있도록 회사 유니폼을 살짝 덮어줬다.

그런데 이 녀석..

평범한 비둘기는 아닌게 확실하고.. 맹금류 쪽에 속하는 녀석 같다.

친구녀석들의 톡방에 사진을 올리니 잡학다식한 친구가 황조롱이라는 걸 단박에 알아보고 알려주더라.

황조롱이는 천연기념물 제323호의 새다.

그래서 친구가 먼저 알려준 기관에 순서대로 전화를 했다.

그랬더니 한 곳은 기계식 안내음으로 점심시간 중이라 통화가 불가능하다고 떴으며..

한 곳은 관할구역이 아니라 올 수 없다며 의정부 시청 환경과의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그런데 의정부 환경과도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전화를 안받는 상황..

함께 일하는 회사 동생을 불러서 함께 새를 구호조치 해주기로 했다.

요즘 햇살이 강해지고 있어서 그늘막을 설치해줬다.

날지 못하는 상황인 것만은 확실해 보이기에 포근하게 있을 수 있도록 수건으로 감싸주고..

물도 떠다줬다.

옆에 있는건 돼지 앞다리 살이다.

갑자기 왠 앞다리 살이 튀어나왔냐면..

기관들이 전화를 안받으니 1시 이후에 전화를 해야겠다 생각하고

박스채로 다친 새를 사무실로 들여놨다.

그랬더니 우리팀 과장님께서 말씀하시길..

과장님: "어, 얘구나."

나: "과장님 알고 계셨어요?"

"상시근무자들이 알려주길 주말에 비행중 창문에 부딪혀서 다친 애라네"

"정말요?"

"두 마리 중에서 어미로 보이는 새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고, 새끼 새만 남은 모양이야."

"발견한 분들은 기관에 연락 안해봤대요?"

"그게.. 기관에 연락했는데 하반신 마비된걸로 판단되서 해줄 수 있는게 없다더라고.."

"그래서 찾아오지도 않을거라길래. XX대리가 돼지 앞다리살을 사다가 먹여주고 있었다나봐.."

"그렇군요.."

"그런데 어쩌겠어.. 야생동물인데 어떻게 해야하나... 평생 이렇게 살 수도 없을텐데.."

처음엔 그저 귀여운 새를 만났다는 반가움과 즐거움만 있었는데..

이 애를 어떻게 구호해줘야하나 하는 큰 책임감이 따라왔다.

'나라도 얘를 편히 갈 수 있게 도와줘야하나...??'

하는 큰 중압감이 따라왔는데..

생각하다보니 열이 좀 나버렸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됐고, 구호조치를 해줘야 할 사람들이 있는데 안해준다는게 말이 돼?'

그래서 회사 동생과 전화를 돌렸다.

불안했는지 박스 밖으로 뛰쳐나온 황조롱이. 다리를 움직이지 못했다..

그 중 동생의 전화를 기관 사람이 받아줬는데..

정말 가관이었다.

회사동생: "황조롱이 새끼로 보이는 새가 다쳐서 여기 쓰러져있는데 좀 데려가주세요."

기관담당: "아.. 그럼 주변에 어미새가 있을 수 있으니.. 그냥 두세요."

"얘가 다쳐서 못움직이는데 어미새가 와서 될게 아닌 것 같은데요."

"요즘 비행철이라..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 그냥 이렇게 두나요?"

"그게.. 그런 일이 좀 많은데 .. 새끼인가요?"

"잘 모르겠어요."

"그게 그냥 두는게.. 저희도.. 하...."

"아무튼 치료를 받아야 할 애인 것  같으니 와서 판단해주세요."

"... 아 그게..~~ 하.. 예.. 담당자한테 이 번호로 연락드리라 할께요."

하필 전화를 통화녹음이 안되는 아이폰을 쓰는 동생의 것으로 하여 대충 느낌만 전달한다.

내가 옆에서 끊지말고 일단 데려가라는 식으로 이야기 하라하니 끝까지 미루다가 방문한다하더라..

최초 발견자가 연락했을 때 왜 못데려간다했는지 알 것만 같았다.

어떻게든 안데려가려고 하는 모습에 굉장히 불쾌하고 마음이 너무나도 아팠다.

결국 동생의 휴대폰으로 1시간 뒤에 방문하겠다는 담당자의 연락이 왔고..

현장 담당자분이 와서 새를 진찰해주셨다.

이 분은 도착해서 이것저것 물어보셨는데..

왠지 솔직하게 대답하면 안데려간다고 할까봐 대충 얼버무리며 대답했다.

아직 아가새인 줄 알았던 황조롱이는 일단 성체이고, 날개짓을 하는 상태가 양호한 편이라 했다.

단지 배가 많이 고파서 야윈 것 같고 회복을 시키면 재활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목덜미 쪽의 털을 거두어 약간 붉으스름한 상처까지 보여주셨다.

"이건 새들이 창문이 있는지 모르고 비행하다가 초근접 했을때 알아차리고 고개를 돌렸을때 생기는 상처예요."

그렇구나.. 확실히 전문가는 전문가셨다.

도심속에서 흔히 벌어지는 조류 창문 충돌사고

집에 돌아와 아내와 이야기해보니,

아내의 회사에서도 가끔식 창문에 새가 부딪혀서 쿵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아내 회사 건물의 외관공사를 하면서 사라진 이야기지만..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약간의 보완책으로 창문에 점 하나를 찍거나 테이프를 붙이면 충돌을 방지할 수 있다고 한다.

내가 다니는 회사 건물에도 창문이 굉장히 많고 손에 닿지 않는 곳들도 많이 있다.

그래서 조만간 있을 회사 건의사항이 있으면 한 번 얘기해보려 한다.

전문가분과 함께 구조센터로 이송되는 황조롱이.

다친 황조롱이는 치료를 다 받고 남은 생을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하며 끝내고 싶지만..

다들 알다시피 저 황조롱이가 반드시 재활을 한다는 보장은 할 수 없다.

치료가 가능한 인력과 자원의 수준을 넘어서게 되면 안락사를 당할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자칫하면 야생에서 괴롭게 굶어죽거나 포식자에게 당한 것보다야 나았겠지..?

아내에게 여차하면 내가 '편하게 보내줘야 할 책임감'도 느꼈다하니

아내는 내가 나쁜 사람이라더라.. (나도 그러고 싶었던건 아니라구..ㅠ)

아내의 요점은 이러했다.

어떻게든 책임자들에게 넘겼어야 했다는 것.

그걸 책임지고 할 사람들이 있는데 왜 굳이 내가 나서서 그런걸 짊어질 필요가 있느냐는 것.

결과적으로 나도 그렇게 행동했지만, 하마터면 천연기념물을 내 손으로 죽이는 '범죄'가 됐을수도 있었단다..

정말 맞는 말이다.

굳이 내가 이런 얘기까지 하는 이유는..

대부분의 많은 기관 종사자분들이 성심성의껏 활동하고 계시겠지만..

이 글을 본 여러분도 다친 야생동물들이 있을 때 구호를 거부하려는 책임자들의 말재간에 당하지 말라는거다.

그저..

황조롱이는 내가 할 수 있는 도리를 다 했으니 앞으로 행복하게 잘 살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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