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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 Movie : 책과 영화

이태원 클라쓰 리뷰, 우리는 정말 올곧게 살 수 있는가.

by 소기남 2022.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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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비를 틀면 자동적으로 넷플릭스를 켜서 뭘 볼까.. 멍때리게 된다.
그러다 김다미의 얼굴이 메인으로 되어있는 이태원 클라쓰 아이콘이 자꾸 눈에 밟혔고..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반응이 좋은 작품이라는 얘기를 익히 들어 정주행을 시작하게 됐다.
네이버 웹툰이 원작인 걸로 알고 있는데 나는 드라마로만 봤다.
그러고보니 김다미 주연의 '그해 우리는' 을 이거보다 먼저 봤는데 그것도 조만간 리뷰를 써봐야겠다.
...
이태원 클라쓰의 시작은 꽤나 인상깊다.

극의 핵심이 되는 인물 4인방

고등학생 박새로이(박서준)는 경찰이 꿈인 순수청년이며, 그의 아버지는 국내 굴지의 요식업계 기업 '장가'에 근무하는 부장. 한 때 장가그룹이 위기였을때 그가 만든 레시피로 회사를 재기시키기도 한 능력있는 아버지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장가그룹의 회장 '장대희'도 그를 매우 신임하고 관계도 좋았는데...
아들이 학교에서 폭행을 저질렀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가게 된다.
그런데 이게 왠 일.
하필이면 때린 상대가 장가그룹 회장의 아들이었던 것이다.

자초지정은 모르겠으나 폭력은 잘못된 것.
사과를 하라 권하지만 너무 올곧기만 했던 박새로이는 사과를 할 수 없다고 한다.
사실 어른들 입장에서는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확인 할 방법이 없었으니 말이다.
보통의 부모들이었으면 여기서 자식을 다그쳐 어떻게든 사과를 이끌어냈겠으나..
자신의 아들을 철썩같이 믿는 아버지 또한 아들의 선택을 존중하며 사과권유를 철회한다.

너무 올곧은 아빠와 아들.

드라마를 봐서 자초지종을 다 아는 우리들이야 이들의 선택이 멋지고 옳바르다 생각들겠지만..
장대희 입장에서는 이건 굉장히 무례하고 불쾌한 행위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원래 무엇이든 너무 단단하게 올곧기만하면 부러지기도 쉬운 법.
이 사건으로 아버지는 어찌됐든 퇴사를 하게 됐고 박새로이는 학교를 자퇴하게 된다.
...
큰 사건을 겪었어도 낙천적이고 밝은 두 부자는 행복한 일상을 영위해나가지만...
장대희의 아들인 장근원이 교통사고로 박새로이의 아버지를 사망케 한다.
이를 은폐하려했으나 박새로이가 이를 알게 되고.. 장근원을 죽기직전까지 패버린다.
덕분에 박새로이는 전과자가 되고 꿈이었던 경찰의 길도 완전히 막히게 된다.
이 드라마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로, 비뚤어진 세상 앞에 우리는 어디까지 올곧을 수 있는가를 질문한다.
...
박새로이는 교도소에 가 모든 것을 포기하려 했으나, 면회를 온 오수아(권나라)가 던진 한마디에 삶의 목표를 찾게된다.

"복수.. 할꺼니?"

복수라는 것을 생각조차 못한 순수청년 박새로이.
이때부터 장가그룹을 무너뜨리는 '계획'을 품게 된다.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발상이다. 중졸 전과자가 국내 1위 기업을 무너뜨린다고..??
현실성 없지만 그래서 더 궁금하게 하고 더 보고 싶게 만들어지더라.
...
근데 이 이후의 전개는 정말이지 맥이 빠지는 부분이 많았다.
원래 세상의 모든 성공에는 '행운'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 박새로이는 좀 운이 과하게 좋다.

이태원 클라쓰의 제갈량, 조이서(김다미)

삼국지에서 유비는 사실 별로 능력이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렇지만 '두터운 인망'이 그의 장점으로, 수많은 걸출한 장수들을 끌어당기는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있는 인물이다.
박새로이도 이와 같이 인망이 좋다지만, 복수를 '계획' 한 것 치고는 치밀함이 전혀 없다.
가게 인테리어도 형편 없고.. 음식의 맛도 없고.. 직원들이 친절하지도 않고.. 대체 뭘 믿고 가게를 차린건지..
거의 모든 것이 주변인들의 도움으로 이루어진다.
특출난 천재 조이서와 같은 복수를 꿈꾸는 이호진은 공부를 열심히 해서 칼을 잘 갈아놨다치더라도..

노력으로 모든 것을 이뤄내는 마현이.

드라마라서 꿈을 파는 것도 좋지만 이 부분에서 좀 깨더라..
마현이는 처음에 요리를 너무 못해서 짜르네 마네 했던 캐릭터인데, 박새로이의 응원 한마디에 '노력'으로 엄청난 성취를 일어낸다. 심지어 최강포차라는 프로그램에 나가 업계 1위 수석실장의 레시피까지 즈려밟을 정도로 말이다.
실장이 준비를 소홀히 하고 방송사 인터뷰 하러 다니느라 졌다라고는 하긴하는데.. 다른 팀도 전부 놀았나..?;
최강포차에 출연 후 한 번도 패배하지 않는건 좀... 너무하지 않았니?;;
그 외에 1회용으로 쓰이거나 버려진 캐릭터, 요소들이 너무 많다.
...
김토니: 왜 나옴? 그냥 이태원이라서?
할머니: 알고보니 부동산 재벌. 재벌인거 밝혀지고나서 럭셔리하게만 하고다님.
형사: 갑자기 형사를 그만두고 하필이면 박새로이 장사를 도와줌.
강민정 이사: 첫 패를 잃고나서 존재감 제로.
장근수: 장대희의 숨겨둔 카드로 활용되나 했으나 존재감 제로.
조폭보스: 카리스마 없고 그냥 마지막 폭행사주의 도구로만 쓰여짐.

그래도 정말 좋았던 두 배우들.

장근원(안보현): 연기 미쳤다. 너무 잘해서 이 배우의 앞날이 기대된다. 심약한 도련님으로 극의 중심에 서있다.
최승권(류경수): 정감 가는 캐릭터. 자연스러운 성장이 돋보였다. 마지막까지 폭행을 참는 모습이 멋졌다.
...

박새로이의 무릎 꿇음에 굉장히 집착하는 장대희.

장대희는 이 사회의 구조이자 부조리이다.
그래서 순수하고 올곧은 박새로이가 자신 앞에 굴복하는건 당연하고 그래야만 하는게 순리다.
사회도 우리를 그렇게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이 작품에서 '무릎을 꿇는다' 라는 행위는 곧 사회의 부조리 앞에 굴복하는 것으로 묘사되는데..
그래서인지 박새로이는 무릎을 꿇는다는 것에 굉장히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아저씨 바보예요? 그냥 무릎 한 번만 꿇으면 되잖아. 실리를 위해서."
"한 번만, 한 번만, 한 번만! 사람은 그렇게 바뀌는거야."

나는 위 장면에서 내 가슴 깊은 곳이 뜨거워지는걸 느꼈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내 스스로가 찔려서 부끄러움에 이러는 것인가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 글을 읽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우리는 정말 올곧게 살 수 있는가..
우리는 살면서 모두 한 번씩은 옳지 못한 일임에도 침묵으로 넘어가는 일들을 겪는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까지도..
장근원 앞에 무릎을 한 번만 꿇으면 아버지도 회사에 잘 다녔을테고, 본인도 경찰이 됐을수 있었다.
아마 그때 많은 사람들이 무릎을 꿇지 않는 박새로이를 질책하고 있었으리라..
"아, 저 바보! 세상을 너무 모르네~ 미친거 아냐?"
그래서인지 박새로이는 그런 우리들에게 일침을 날린 것이다.

내가 잘못된게 아니라, 너희가 그렇게 바뀌어버린 거라고.

이 드라마의 가장 명장면이 아닌가 싶다.
...

마지막에 장대희는 자발적으로 박새로이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를 한다.

장대희는 죽기 직전에 무엇을 깨달았는지, 아니면 장가를 살리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연기를 한건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아무튼 박새로이 앞에 무릎을 꿇는다.
그런 장대희에게 아무 말 없이 앉아만 있던 박새로이가 다가가 한마디를 건내는데...

"아직도 내가 호구로 보입니까?"

나는 개인적으로 이 작품의 마지막을 좋게 생각하지 못한다.
박새로이는 장대희가 죽어도 변하지 않을 악인이라 여겨, 그것마저 꿰뚫고 소위 '사이다' 발언을 날린거겠지만..
복수는 복수를 낳을뿐이라는 고리타분한 말이 있다.
요즘은 복수라도 하면 기분이 상쾌하지 않을까요? 라는 반문을 던지기도 하는데..
이미 장대희의 모든 것을 빼앗아 온 시점에서...
저렇게까지 인상을 쓰고 다 죽어가는 노인을 즈려밟는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일관되게 올곧았던.. 내가 알던 박새로이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뭐, 이게 정답이라는건 아니고 그냥 내 생각이 그렇다는거다.
아무튼 이태원 클라쓰는 처음에는 흡인력과 메세지가 강렬했지만 후반부로 가면서는 의미전달력이 약해진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꽤 재밌게 봤고 기억에 남는 작품이기에 시간을 들여가며 이렇게 글로 내 생각을 정리해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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