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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 Movie : 책과 영화

스물다섯 스물하나, 결말 해석과 리뷰. 이 결말에 반대하는 당신에게.

by 소기남 2022.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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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를 통한 정주행 인증.

바야흐로 대 코로나 시대..
OTT 서비스가 이젠 너무나도 익숙하고.. 덕분에 수많은 드라마들을 시청중이다.
작년 (2021년)에 본 드라마만 해도 몇 개인지 샐 수 없을 정도다. (사실 좀 오바;ㅎ)
2022년 들어서 정주행 완료한 드라마가 이태원 클라쓰와 스물다섯 스물하나다.
이태원 클라쓰 감상문도 쓸까 생각중인데, 스물다섯 스물하나 부터 글을 써보려 한다.
글구보니 이 드라마 제목을 2521 (이오이일) 이라고 안부르면 아재라고 한다.. (눈물 주르륵)


이 드라마의 시작은 세기말인 1999년도와 2021년도를 번갈아 보여주는 시대극이다.
코로나를 겪고있는 시기에 제작된 드라마여도 보통은 마스크 쓴 모습을 보여주진 않는다. 아무래도 드라마에서까지 마스크를 쓰면 주인공들의 연기를 보여주기도 어렵고, 꿈을 파는 드라마에서 암울한 현시대를 반영하는건 감점 요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우리들이 겪었던 시대의 변화를 표현하기 위해 2021년도에는 마스크 쓴 모습을 보여줘서 인상깊고 좋았다. '지금이야 왠 당연한 소리를..' 하겠지만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쓰고 돌아다니던 시절도 머지않아 '그땐 그랬는데~' 하고 추억할 당신의 모습이 그려진다.

스물다섯 스물하나, 5명의 주요 출연 배우들

기본적인 전개에 대한 내용은 시간 관계상 생략한다. (성격상 한 번 쓰기 시작하면 초장문으로 길어질듯..;;)
바로 결말에 대한 본론부터 이야기하고 나머지 이야기를 시작해보도록 하자.
...
나희도와 이진은 결국 헤어지게 된다.
많은 팬들이 이 둘의 결별소식에 충격을 많이 받고있다.
그리고 다들 결말을 부정하며 외치는 공통된 소리가..
"힐링 드라마가 왜 마지막이 이렇게 아프냐" 라는 이야기다.
맞다. 그러나 결말이 아픔에도 이 드라마는 여전히 힐링 드라마이다.

자우림-스물다섯 스물하나 가사 일부 발췌

이 드라마가 자우림의 노래인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가사에 영향을 받았거나 모티브가 되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극중의 백이진과 나희도의 나이차이도 4살 차이로, 첫 만남부터 서로가 21살과 25살이 되는 시점에 둘의 관계는 클라이막스를 찍는다.
이 둘은 왜 헤어져야만 했는가.
작가가 우리를 괴롭게 하기 위해서?
현실반영? 희망없는 세상이기에 드라마도 참혹할 수 밖에 없었나?
새드엔딩, 베드엔딩만이 명작의 조건이라는 잘못된 생각에 의해 무지성으로 벌어진 결과물인가?

K드라마 최악의 엔딩으로 자주 거론되는 '지붕뚫고 하이킥'

많은 사람들이 지붕 뚫고 하이킥의 결말을 최악이라 생각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작품 말미에는 새드엔딩이 될 지도 모른다는 떡밥들을 주구장창 뿌렸기 때문이다. (내 블로그에 리뷰가 있다.)
물론 이 둘의 죽음은 예상하는건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자우림의 노래가 바탕이 되는 백이진과 나희도 관계는 사실상 스포일러에 가까울 정도의 헤어짐이 결정된 것.

우우우~ 영원 '할 줄 알았던' 지난 날의 너와 나.

그래서 결말은 이미 확고하게 정해져 있었던거고, 우리는 왜 작가가 이런 결말을 내렸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나도 둘의 관계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씁쓸하지만..
힐링에는 여러가지 방식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은 추후 서술하겠다.)


운동장에 수돗물 분수대를 만드는 것으로도 행복할 수 있는 나희도.

나희도는 사랑을 전혀 모르는 순진무구한 청소년이다.
그녀가 알고있는 사랑은 고작 만화책과 노래가사를 듣고 생각해보는 것.
그래서인지 노래 가사에서 들려오는 '사랑에 대한 아픔'에 대해 전혀 공감이 되지 않고..
막연하게 이별하면 슬픈 것이려니.. 하고 살고 있었다.
사랑이 뭔지도 모른채로.

백이진을 만나기 전까지 말이다.

드라마를 처음부터 끝까지 본 우리들은 알 수 있지만, 나희도는 백이진을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아 사랑을 느꼈다. (고 나는 확신한다.)
하지만 정작 나희도 본인은 백이진을 만나가며 자신의 감정을 서서히 깨달아간다. 시나브로.
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본인의 감정을 확실하게 자각하게 되는 시점은 1999년과 2000년이 이어지는 첫키스때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나희도는 감정이 미성숙했고, 그런 모습은 과거에 순수했던 우리들의 10대를 상징한다.

오죽했으면 이별의 아픔을 겪어보기 위해 알콩이 달콩이가 됐겠는가..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백이진의 처지를 잘 표현하지 못한 것이다.
아무래도 여성작가에 여성향 작품이 타겟이다보니, 백이진의 슬픔과 선택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데 부족했다 생각한다.
함께 드라마를 보던 나의 아내도 백이진의 선택과 갈등이 이기적이라며 백이진의 탓을 하게 되더라.. (맞는 말이기도 하다.)
시청자들이 백이진의 괴로움과 처지를 알수 있도록, 사회생활의 고충과 집안이 망한 문제를 비춰주긴한다만..
둘의 사랑이 너무 아름답고 행복하게 연출되면서 괴로움이 얕게 비춰진게 결말의 설득력을 떨어트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남자로서 백이진의 선택에 어느정도 납득이 간다.

집안이 풍비박살나며 온 가족이 뿔뿔히 흩어졌다. 아버지는 도망자 신세.

학벌주의가 만연한 한국사회에서 그가 당장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고졸 기자 채용.
그 직업은 나희도와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지만, 한편으로는 그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양날의 검이었다.
스포츠국에서 사회부 기자로 옮겼음에도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백이진이 기자로서 자리를 잡아갈 수록 둘의 함께 할 시간은 줄어만 갔고 대신 미안하다는 말이 늘었다.
뉴욕에 특파원으로 간 백이진은 그곳에서 연인에 대한 사랑과 기자로서의 목표와 본분 사이에 갈등하게 된다.
그에겐 여전히 지켜야 할 가족이 있고, 집안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하는 숙원사업이 있으므로.
안타까운건 타지 생활과 전쟁의 참혹함에 멘탈이 나가서 이성적인 판단을 더 하지 못한 것이다.
둘의 연인관계가 익숙해졌을 즈음, 나희도의 엄마는 백이진과의 식사자리를 마련한다.
하지만 백이진이 일 문제로 다시 나타나지 못하게 되고..

"희도야. 백이진과 함께하면 평생 겪어야 할 일인데 괜찮겠어?"

'응원한다' 라는 아름다운 말로 관계를 버티던 나희도는 엄마의 조언에 크게 흔들린다.
나희도는 엄마가 기자라는 직업 때문에 아빠의 장례식에 찾아오지 못한 것에 대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아이기 때문.
그리고 둘이 함께 한다면 필연적으로 재연하게 될 가능성이 큰 미래다.
연인과의 사랑은 긴밀한 접촉이 굉장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게 나이가 어릴 수록 말이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이 이 둘의 나이가 고작 스물하나, 스물 다섯이라는 것.
국가대표와 기자라고 해도 둘은 아직 상대방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보듬기엔 부족한 나이다.

현재의 나희도는 본인의 딸이 일기장을 훔쳐보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냥 놔둔다.

'사랑과 우정이 전부라고 생각했고, 다 가졌다고 생각했던 시절. 지금 생각해보면 그 모든 순간들이 연습일 뿐이었다.'

딸이 지금 겪고있는 고뇌와 좌절. 아픔이 한 순간이고 자연스러운 것임을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딸도 그 사이에 본인처럼 최고의 시대(청춘)을 알게되겠지..
이미 위에 파란색으로 글씨친 부분에서 결말에 대한 작가의 의도는 다 나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별 일 아니었지만, 우리가 겪었던 찬란했던 기억들.
그때의 아픔과 시련이 지금의 우리를 만들었다고 얘기해주고 싶은 것이다.

나희도와 백이진은 둘에게 특별한 장소인 굴다리에서 실질적인 이별을 통보하게 된다.

우리는 살아오면서 소위 말하는 '첫사랑' 들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하며 살아왔다.
현실에서 우리들은 지나간 과거에 미안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냥 지나친 채 안고 살아간다.
그러나 나희도와 백이진은 운이 좋게도 잃어버린 일기장을 통해서...
그때 했던 심한 말들은 진심이 아니었고, 내가 가장 힘든 시기에 너의 존재가 큰 힘이 되어주어 고맙다는 말을 서로에게 전한다.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나가 부질없음에도..
..
이 드라마의 힐링포인트는 그 둘이 이루어져 행복해지는걸 보는 대리만족에 있는게 아닌,
과거의 철없던 자신과 힘든 시기를 함께 겪어준 상대방에게 깊은 찬사를 전하는데 있다.
사족을 좀 덧붙이자면, 남자와 여자의 첫사랑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데 구분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여자들이 남자들의 첫사랑에 대해 뭔가 착각하는게 있는데, 바로 남자들은 처음 만난 여자를 신격화하여 마음 속에 평생 담아둔다는 이론(?)이다.
하지만 마지막 쿠키영상.
쿠키영상에서 백이진의 현재 얼굴을 보여주진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멋있겠지..)
어느 싸이트의 비밀번호를 찾는 질문에서..

질문) 당신이 겪었던 첫사랑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알다시피 백이진은 태양고의 인싸로서 여자친구가 수없이 많이 있었으나..
첫사랑이 누구냐는 질문에 거침없이 나희도라는 이름을 적으며 마무리를 짓는다.
그럼 그 전에 사귄 여자친구들은 인생에 있어 무엇이었을까?
백이진도 나희도를 만나기전의 사랑은 그저 연습이 된 것이다.
인생의 모든 것들이 지금 생각해보면 연습이었다는 나희도의 말과 일치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별 일 아니었지만, 굉장히 소중하면서도 연습일 뿐이었던 지난날의 기억.

백이진과 나희도는 결국 이어지지 않았지만, 멀리 있어도 서로 응원하는 삶을 살 것이다.

..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결말에 반대일세..! 싶은 분들이 많을 것이다.
이해한다.
그 이유는 이 드라마의 주요 타겟이 현재의 40대를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극중에서 백이진의 주민등록증이 노출되는데 77년생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필자는 87년생임)
2022년도 기준으로 77년생은 한국나이 46살. 나희도는 42살이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나희도의 딸이 대략 14~15살 정도로 보이니, 그녀가 25살즈음 결혼하여 27살쯤 출산을 했을 거라는것도 알 수 있다.
여전히 결말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그건 백이진 나희도와 같이 가슴 절절한 '첫사랑'을 겪지 못해 그런 것일 수도 있다. (...)

사랑과 이별에 대해 떠드는데 그게 무슨 감정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단말이야~

극의 초반부에 '사랑과 이별에 대해 떠들어대는데 도무지 알 수 있어야지' 하는 나희도의 대사가 당신과 오버랩 된다면..
축하한다.
당신은 아직 나처럼 아재가 된 게 아니라 젊은 청춘의 시기를 겪고 있다는 의미다.
그래도 문지웅과 고유림의 결실을 생각하며 결말의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채워보도록 하자.
이 드라마와 비슷한 느낌의 작품으로 영화 '건축학개론'이 되겠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빌드업과 전개가 좀 약하긴 했지만, 남주혁과 김태리의 연기력이 뛰어났던 좋은 작품으로 기억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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