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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Taste: 음식, 맛집

켈로그) 파맛 첵스 후기, 2004년 파맛첵스 선거에 투표를 했던 유권자로서..

by 소기남 2020.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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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로그의 다양한 제품들,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이 잔뜩 있다.

'첵스'는 한국에서도 너무 유명한 브랜드 '켈로그'의 쵸코맛 시리얼 제품이다.

개인적으로 켈로그의 제품들 중에서 호랑이 기운이 솟아나는 '콘푸로스트'를 제일 좋아한다. ㅎㅎ

바야흐로 때는 2004년..  무려 내가 10대 학창시절을 보내던 때이다.

그 당시 인터넷 커뮤니티의 조상격인 디시인사이드를 하며 고구마 사먹게 100원만 달라며 아햏햏 거리던 시절..

그곳에 파맛첵스라는 제품을 건 선거가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원래는 단순한 제품 홍보성 이벤트였다.

첵스는 어린이들을 타겟으로 판매되는 상품이기에 당연히 쵸코맛인 기호 1번이 당선되리라 생각했는데, 공식 대통령 선거라는 성인들에게는 다소 자극적인 마케팅을 이용하여 온라인 상에서 화제가 된 것이다.

한국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가. 또 한국의 근현대사는 어떠했는가.

최소한 인터넷의 주사용자층인 젊은 세대들은 민주주의를 귀중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젊은이들에게 기존의 쵸코맛으로 어린 소비자들의 입맛을 장기집권하던 여당은 부정적인 이미지로 다가왔고, 그에 대응하는 야당 후보자가 파맛첵스를 들고나온 사건은 관심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심지어 파는 몸에도 좋고, 메인요리가 되지는 못하지만 여러가지 요리에 들어가 맛을 살려주는 감초역할의 고마운 존재다.

귀엽게 생긴 체키와 띠껍게 생긴 챠카

그런데 파맛을 들고 나온 차카는 심술궂게 캐릭터를 디자인하고 말투도 상당히 퉁명스럽다.

마케팅 기획자들은 어린이들의 시선에 입각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했겠지만, 지갑을 여는 소비자는 결국 젊은세대의 어른들이었다.

그러니 배알이 꼴릴 수 밖에..

파맛첵스 선거 초반, 압도적 우위의 기호 2번 차카

선거페이지에 들어와도 쵸코맛에 대한 얘기와 기호 1번을 뽑아달라고 대놓고 얘기하는 선거법 위반의 현장이다.

젊은이들은 이런걸 보면 볼 수록 기호 1번 체키가 아니꼬와졌고 기호 2번을 뽑고싶어졌다.

7,183표 vs 33,830표

선거 초반임에도 압도적인 표차이로 기호 2번 차카의 승리가 점 쳐지는 사태가 벌어져버렸다. (참고로 저 중의 한 표가 나다.)

켈로그 측은 당황했지만 이대로 가면 파맛첵스라는 얼토당토 않은 제품을 출시해야하는 상황에 역공을 나섰다.

바로 대놓고 차카에 들어간 투표수를 줄여버리는 것.

그걸 어떻게 확인할 수 있었냐면 홈페이지를 새로고침 할 때마다 표가 줄어드는걸 내 눈으로 직접 봤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원성에 켈로그 측은 "투표에 누군가 부정적인 경로로 중복투표한 사실이 있음." 이라는 말을 하며 중복투표를 무효표로 만든다는게 이유였다.

그리고 아마 그것은 사실이었을 것이다.

당시에는 홈페이지 보안도 허술하고 여러 커뮤니티에서 부정투표를 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글들이 올라왔었으니까.

하지만 중복표를 제외시켜도 차카의 승리가 확실할 정도로 우위에 있던 상황

켈로그는 결국 최후의 카드를 던지는데..

예정에 없던 ARS와 롯데월드 현장투표까지 추가시켜버렸다.

인터넷 여론이 제대로 미치지 않는 오프라인 현장과 무작위 ARS 전화로 상황을 반전시켜버린 것이다.

하지만.. 뭐 말이 반전이지 그냥 대놓고 부정적인 방법을 이용했다는 것은 변함에 없다.

홈페이지 투표개수로만 하기로 한거지 않았남..??

결국..
이렇게..
될거였으면서..

그렇게 부정선거로 체키는 당선되었고, 무려 2004년부터 2020년까지 16년이나 독재 장기집권을 하게 된다.

파맛첵스의 주인공 차카도 나름 인기가 있었는지 박스에 따라나왔었는데 언젠가 이후로 그마저도 사라졌다고 한다.

사람들의 원성도 극에 달했다.

오죽 원통했으면 16년동안 차카가 꿈꾸던 파맛첵스를 돌려달라고 했을까..

파맛첵스 부정선거 10주년 기념작
2015년작 by 트위터리안

위 뿐만 아니라 유튜브 및 블로그 등에서는 첵스에 진짜 대파, 쪽파를 첨가하여 만드는 레시피가 컨텐츠로 올라오는 등.. 시간이 지나도 파맛첵스 사건은 잊혀질 기미가 없었다.

나 또한 이 사건을 임팩트있게 봐온 사람으로서 부정선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재미있는 이 사건을 예시로 주변에 꽤 자주 전파해왔었다.

그런데 불과 얼마 전, TV 와 인터넷 기사에서 가수 태진아를 모델로 파맛 첵스 광고가 나오기 시작했다.

홍보모델 태진아와 안팔려도 약속을 지키겠다는 켈로그의 의지

네티즌들의 관심과 반응은 뜨거웠다.

소식을 접하자마자 친구들에게 알려주니 너도나도 한 번 사먹어봐야겠다는 의견이 줄을 이었을 정도.

하지만 주변에서 실제로 사먹는 친구들은 없더라.

사실 나도 마트에 장보러 들렀을 때 보이기 전까지는 잠시 잊고 지냈었다.

그래서 샀다. 파맛첵스

유튜브나 여타 블로그 등에서의 평가는 아무래도 홍보를 받아서 그런지 솔직한 리뷰를 찾아보긴 힘들었다.

그리고 솔직했을지라도 사실 본인입맛에 맞지 않을지는 자신만이 안다.

가격이 부담되는건 아니니까 내돈내산하여 제가 한 번 먹어보겠습니다.

국내 판매용답게 질소가 듬뿍 들은 모습이다.

생긴거야 다들 아실테고.. 색깔도 파가 들어갔다는걸 어필이라도 하듯이 녹색이 가미된 생김새다.

맛.. 맛을 한 번 보자...!

우선 생과자로 한 입 먹어봤다. 그리고 내 평가는..

 

음...

..

...

...?!

괜찮은데?

 

맛을 뭐라하면 좋을까.

파맛이라기보다는 그냥 야채과자? 그런 야채맛이 달달하게 느껴지는 꽤 괜찮은 시리얼 맛이다.

하지만 역시 시리얼은 우유에 말아먹어야 제맛이제.

경건하게 그릇에 우유를 담아 준비해봤다.
이케아에서 산 봉투집게, 매우 유용하게 잘 사용하고 있다.
오오.. 정말 파맛첵스를 우유에 담궈먹는 날이 올 줄이야..
이것이 16년을 기다려온 맛....!

 

 

완전 별로다.

 

 

... 생으로 먹는게 좀 더 낫다.

우유에 말아먹으니 달콤함은 사라지고 뭔 맛인지 당췌 모르겠다..

바삭함이 있을 때 먹으면 그나마 괜찮은데, 우유에 젖어 눅눅해지면 진짜 별 감흥이 없어진다.

우유에 말아먹은 임팩트가 컸던 탓일까.. 생과자로 먹을 생각도 싹 사라져버렸다.

우유가 녹색으로 변하기도 전에 봉투를 다시 봉인해버렸다.

시리얼을 우유에 말아먹었을 때의 마지막 미덕인 우유 액기스마저 먹을 생각이 들지 않아 그대로 봉투를 접었다.

체키가 독재하면서까지 쵸코맛을 고집했던 이유가 이거였던가...!!

모든 민주주의의 선택이 최선의 결과를 내는건 아니라는 또 다른 교훈을 얻었다.

하지만 이 또한 직접 경험해보지 않았으면 느끼지 못했으리라.

남아있는 파맛첵스는 친구들을 만날 때 들고나가서 조금씩 나눠줘야겠다.

역사의 깊은 맛이 궁금하다면 한정판 (Limited Edition)으로 나온 것이니 한 번쯤 사먹어봐도 괜찮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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