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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 Movie : 책과 영화

지붕뚫고 하이킥 정주행 후기, 한국 현대인들의 희노애락을 담은 성장기.

by 소기남 2020.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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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명작 혹은 명장면이 있다.

지붕 뚫고 하이킥은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명작이자, 오래도록 회자될 명장면을 다수 배출한 작품이다.

요즘 많은 분들이 유튜브를 보실텐데, 그 영상들에서 추임새로 쓰는 효과에 자주 등장하는 것이 있다.

이게 뭘 의미하는건지 잘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켜쥬요마걸~~

시간이 지나면서 이 장면이 진정으로 무슨 의미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테지만, 이 장면의 임팩트는 앞으로도 길이길이 남을 것이다.

안그래도 종종 저 효과를 마주치면서 '지붕 뚫고 하이킥'을 한 번 봐볼까 싶었었는데..

갤럭시탭S6 라이트를 구매하면서 받은 '왓챠' (구 왓챠플레이)의 3개월 무료이용권을 받으면서 정주행 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2020년 왓챠 시청률 상위 5% 작품

2020년인데 왓챠에서 상위 시청률 5%의 작품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시트콤 특성상 많은 회차를 잡아먹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지붕 뚫고 하이킥의 한 회당 평균 재생시간은 약 20여분으로 1시간이면 3편 정도를 볼 수 있다.)

여전히 사람들의 기억 속에 다시 한 번쯤 보고 싶은 작품이라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1화부터 126화까지 정주행 인증

나는 여태껏 살면서 TV 드라마를 제대로 본 적이 거의 없다.

어렸을 때는 게임이 더 좋았기 때문에 '허준' (언제적이냐..) 말고는 지금 마땅히 기억나는 것이 없을 정도이다.

오히려 드라마는 20대도 아닌 30대가 되어서야 불멸의 명작들 위주로 정주행 하고 있는 형편이다.

극중의 메인 주인공 역할을 맡고 있는 신세경

중학교 3학년 이후로 아버지의 빚 문제로 빚쟁이들을 피해 산속에서 살고 있는 기구한 사연을 가진 소녀이다.

극중에서는 22살로 등장한다.

은거생활 도중 빚쟁이들이 쳐들어와 도망치게 되는데, 아버지는 잡히고 동생인 신신애와 둘 만 서울로 상경하게 된다.

남산에서 보자는 아버지의 마지막 외침이 있었기에 남산에 자주 방문하게 되는데..

그러다 본인의 실수로 쌈짓돈 주머니를 잃어버린 신세경.

하지만 서울에서 소매치기를 조심하라고 했던 조언을 들었던게 생각나 우연히 길가에서 부딪혔던 이지훈(최다니엘)을 소매치기로 오해하게 되고...

소매치기가 아니었지만 '귀찮다는 이유'로 두 자매에게 2만원 적선해주는 이지훈

넓디넓은 서울에서 이 둘의 인연은 여기서 끝나야 하는게 자연스럽지만 '우연찮게도' 자주 마주치게 된다.

신세경은 당장 돌봐야 할 동생 때문에 주유소에 알바자리를 구걸하다시피 해서 얻게 되는데..

주유를 하기 위해 들렀던 이지훈에게 인사하고 한눈을 팔다가..

이 사건으로 주유소 알바를 잘리게 된다.

머무를 곳도 갈 곳도 없어진 두 자매는 지하철을 탔는데 세상물정 모르는 동생 신애가 한눈을 파는 사이에 하차를 해버린다.

동생도 본인도 휴대폰이 없기에 손을 놓치면 이산가족이 될 수도 있는 상황.

신애를 놓치지 않기 위해 급히 뛰어나가던 신세경은 신발을 한짝 잃게 된다.

이번에도 이지훈이다.

이 장면은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신데렐라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일종의 오마쥬다.

결말을 알고봐서 그런지 이 장면에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지훈은 신발을 돌려주기 위해 그녀가 일하던 주유소를 찾아가는데 그녀는 이미 잘리고 없다고 한다.

신세경은 '우연찮게도' 주유소를 지나치게 되는데, 주유소 직원으로부터 방금 전에 이지훈이 들렀다며 뛰어가면 따라잡을 수 있을거라한다.

한짝만 신은 발로 그의 뒷모습을 따라 초인종을 누르는데..

그런데 마침 또 '우연찮게도' 새로운 가정부가 오기로 했던 상황에 가정부가 찾아오지 않고 있었고..

신발을 되찾기 위해 찾아온 신세경 자매를 보고 가정부가 시간에 늦게 찾아온줄 알게 된다.

 

이순재: "왜 이렇게 늦었어? 당장 청소부터 시작해!"

신세경: "네? 저는 신발을 찾으러.."

이순재: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당장 시작해!"

신세경: "네..? 네.. 네.."

 

위 대사에서 친근한 유행어를 느낄 수 있다면.. 당신은 바로 아재가 됐다는 뜻입니다.. ㅎㅎ

아무튼, 위 사건으로 신세경은 숙식을 해결 할 수 있는 직장을 얻게 되고 이지훈과 그 가족들과의 인연을 이어나가게 된다.

지붕뚫고 하이킥의 등장인물들

지붕킥에서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굉장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전부 한가지씩 뭔가 부족한 사람들'이다.

 

[신세경네 가족]

아빠: 자상한 성격이지만 사업실패로 두 딸들을 산속에서 의무교육도 못받게 방치시켰다.

신세경: 배려심 많고 착하지만 돈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중졸에 가정부라는 자신의 사정을 잘 파악하고 있다.

신신애: 산에서만 지내는 바람에 금전감각이 없고 식탐이 강하다. 언니를 항상 곤란하게 만듬.

 

[이순재네 가족]

이순재: 자수성가한 사업가. 인자한듯 한데 질투심이 많고 성질이 괴팍하다. 방귀를 자주 뀐다.

이현경: 장녀, 체육교사, 교감인 김자옥의 취향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만 본인도 괴팍한걸 잘 모른다.

이지훈: 부잣집 아들, 서울대 출신 의사, 큰 키에 출중한 외모.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공감능력 좀 떨어진다.

정보석: 사위, 이순재 F&B의 부사장을 맡고 있지만 멍청하고 우유부단하다.

정준혁: 정보석의 아들, 공부에 취미가 없고 고집불통이다. 의리는 있는 편.

정해리: 정보석의 딸, 어른에 대한 예의가 없고 고집불통이다. 욕심이 굉장히 많다.

강세호: 높은 아이큐에 우수한 성적을 가진 준혁의 친구. 짝사랑하는 정음을 귀찮게 한다.

 

이순재네 가족은 정상적으로 보이지만 가정부로 일하는 가여운 신세경 자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해리가 신애를 괴롭히는 장면이 많이 등장하는데 온가족이 별로 말릴 생각이나 의지가 없어 보인다.

눈 앞에 보일때나 다그치는 수준에서 끝난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현대인들의 인식을 나타내주고 있다.

 

[김자옥네 자취방]

김자옥: 환갑이 넘은 나이에 10대 소녀같은 감성을 유지하고 있는 골드미스. 주책맞은 구석이 많다.

황정음: 23살, 서운대 영문과 재학생으로 학력에 대한 컴플렉스가 있으며 낭비벽이 심해서 매달 카드값에 허덕인다.

이광수: 힙합에 빠져있는 가수 지망생. 착하지만 염치가 좀 없다.

유인나: 광수의 여자친구이자 가수 지망생. 광수 여자친구답게 염치가 없다.

줄리엔: 등장인물 중에 유일하게 단점이 없는 캐릭터. 하지만 그 점이 단점일 수도..?

 

나는 드라마를 잘 안봤다고 하지만 사실 지붕킥은 TV에서 방영할때 종종 보곤 했다.

바로 '황정음 x 이지훈 x 신세경 x 정준혁'의 사각 관계가 흥미진진했기 때문인데,

하지만 그게 찾아서 볼 정도는 아니고 띄엄띄엄 보다보니 스토리 라인이나 캐릭터 감정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었기에 정주행을 하면서 놓쳤던 부분들을 제대로 확인해보고자 했다.

10여년 전에 이 작품을 봤을때 나는 이지훈과 신세경이 잘되길 바라는 이른바 '지세 커플' 파였는데, 이번에는 정준혁과 신세경이 잘되길 바라는 '준세 커플'을 응원하고 싶어지더라.. (결말을 다 알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지만)

10대의 순수를 상징하는 정준혁

정준혁은 어리고 미성숙해서 티가 나는 거짓말을 하거나 눈물을 흘리기도 하는 자신의 감정에 휘둘리는 그런 캐릭터이다.

이번에 그를 보면서 마음 한켠이 뭉클해지는 어떠한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람들은 영화나 소설, 만화, 게임 등을 즐길때 특정 한 캐릭터에 자신의 감정을 대입해서 보곤 한다.

어렸을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나는 메인 주인공인 신세경의 시점으로 몰입해서 보는 와중에도 10대의 순수를 상징인 준혁학생이 반가우면서도 그리운 복잡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20대의 철없음을 상징하는 황정음

결혼을 하고나서 와이프가 된 전여자친구(?)와 이 드라마를 보게 됐는데, 와이프는 10여년 전에 '황정음'의 시선에 입각해서 시청했었다고 하더라.

황정음은 갖고싶은게 많은데 학자금, 월세 등으로 나갈 돈이 많아 궁핍함에 허덕이며 자신의 감정이 최우선인 철없는 20대를 상징한다.

내 와이프도 그렇고 많은 많은 젊은이들이 황정음의 그런 처지를 이해하고 동질감을 많이 느꼈으리라..

그런 와이프도 이번에는 신세경에 몰입해서 보게 됐다고 하더라..

우리가 나이가 들어서 가치관이나 시야가 바뀐걸까 아니면 원래부터 이랬을까 궁금하지만 아마도 둘 다 일 것이다.

글이 너무 길어져서 차마 다 쓸 수가 없지만, 지붕킥은 어딘가 한가지씩 부족한 사람들의 성장기를 다루고 있다.

극의 막바지로 갈 수록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준혁과 정음

정준혁은 짝사랑의 설레임과 슬픔을 거쳐 더 의젓한 어른이 되어가고, 황정음은 사랑하는 사람 앞에 떳떳하게 설 수 있는 당당한 어른이 되어가는 것처럼.

위에 설명했던 등장인물들 중에서 거를 타선이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잘 짜여진 작품이라 보는 내내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괜히 모든 캐릭터들의 성격을 간략하게 묘사한게 아니다.

만약 이번 기회에 지붕킥을 보게 된다면 모든 캐릭터들의 심리묘사를 잘 캣치해서 보는 점도 재미있을 것이다.

지붕킥 마지막 장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장면은 우리를 안타깝게 만든다.

마지막회 방영 이후에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지훈과 세경이 죽은게 아니라는 열린결말론을 희망하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이 둘은 확실하게 이 날 사망한 것이 맞다.

마지막회 황정음의 대사와 준혁의 표정으로 알 수 있는데.. 결말을 알더라도 이런 대사 하나하나를 곱씹는게 재미이니 내가 따로 설명은 하지 않겠다.

내가 대충 우기는거라고 할 수 있을까봐 첨언하는데, 확실하게 사망했다고 나오지 않아서 열린결말이 될 수 있지만 오피셜로는 죽었다고 봐야한다는 감독의 설명이 있었기 때문에 사망쪽으로 보는 것이 맞다.

그렇다면 왜 감독은 이 둘을 죽여야만 했을까.

세경은 준혁과는 다르게 자신의 감정을 헤어지는 마지막에서야 밝힌다.

 

신세경은 본인의 위치와 분수를 잘 파악하고 있는 인물이다.

자신의 처지가 어떤지를 너무 잘 알고 있고.. 그렇기에 끓어오르는 사랑의 감정, 주인집 딸의 구박,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모든 걸 참고 참고 참고 견디고 견디는 캐릭터다.

이 드라마가 신데렐라 이야기였다면 좋았겠지만, 지붕킥은 우리네 현실을 많이 반영한 작품이다.

그리고 그가 좋아하는 이지훈은 신데렐라 스토리의 왕자가 아니다.

마지막까지 지훈을 멀리서 지켜만 봐온 세경

이지훈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남들의 일에 관심이 없는 무신경한 사람에서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변화하지만, 신분의 벽을 타파하는 그런 캐릭터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둘에게 시간이 더 충분했다면 어찌 됐을지도 모르지만 이미 세경은 외국으로의 이민을 불과 몇시간 남겨두지 않은 상황.

현실에서 그런 일은 쉽게 일어나지도 않고 그럴 일도 없다는 것을 나타내주고 있다.

그리고 이미 벌어진 일에 만약은 없다.

바라만 보던 그가 이제는 세경을 바라본다.

하지만 너무 슬퍼하거나 안타까워 할 필요도 없다.

감독은 마지막에 세경의 바람대로 행복한 순간인채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이루어준 것이다.

세경의 바람대로 시간이 멈춰버린듯한 그녀 인생의 최고로 행복한 순간을 나는 평생토록 함께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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