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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 Movie : 책과 영화

[책/영화] 냉정과 열정사이, 세상의 모든 사랑을 한 작품에 담다.

by 소기남 2020.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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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만큼 유명한 작품이다.

아마 이 글을 읽으러 온 당신은 모르고 들어온게 아니라 이미 이 작품을 보고 여운에 젖어 흘러들어온 분이리라..

나는 '냉정과 열정사이'라는 작품을 책으로 먼저 접했다.

몇 살 때였는지도 기억안나는데 아마도 20대 초중반쯤 됐을듯?

냉정과 열정사이는 2권의 책으로 집필되었는데 남자와 여자편으로 나뉜다.

 

냉정과 열정사이 Blu & Rosso

 

그런데 정말 특이한 점은 이 책은 '츠지 히토나리'라는 남성작가 '에쿠니 가오리'라는 여성작가가 나눠서 집필했다는 것이다.

냉정과 열정사이를 접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부분을 모르고 접하진 않을텐데, 나는 당시 어떤 걸 먼저 볼까하다가 남자 주인공의 시점인인 츠지 히토나리의 Blu 편을 먼저 보게 됐다

개인적인 추천을 하자면 본인의 성별과 같은 작품을 먼저 보길 추천하며, 시간대 순으로 나열하면 여성편인 Rosso 를 먼저 보길 추천한다.

하지만 어느걸 먼저 고른다고 해도 아무런 지장은 없으니 손에 집히는데로 보도록 하자.

내가 본 시점과 영화에서는 쥰세이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이 아래로는 치명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며, 이미 본 사람들을 위한 내용으로 전개되니 감상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쥰세이, 피렌체의 두오모는 연인들을 위한 곳이래. 연인들의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곳.. 언젠가 같이 올라가줄래?"

"언제?"

"글쎄.. 10년후 쯤..? 서른 살 내 생일에."

"그래. 약속할께."

 

 

남자 주인공인 본명은 쥰세이 아가타.

현재로 돌아와 준세이는 이태리의 어느 유명 공방에서 복원가의 길을 걷고 있다.

그리고 그의 스승인 죠반나 선생은 쥰세이를 모델로 누드그림을 종종 그리는걸로 묘사된다.

국문학을 전공하다가 어떻게 복원가의 길을 걷게 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죠반나 선생은 전공자도 아닌 쥰세이를 전폭적으로 신뢰하며 치에르고의 유명화를 단독 작업시키기까지 하여 공방 내 소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치에르고의 그림을 단독으로 맡기는 죠반나 선생, 그리고 그를 질투하는 동료 다카나시.

 

 

 

어느 날 이태리로 찾아온 친구 다나카가 아오이의 소식을 전한다. 그리고 고민하는 쥰세이.

 

어느 날 친구 다나카가 업무차 이태리를 들렀다 쥰세이를 만나면서 아오이가 일하는 직장의 연락처를 건내준다.

작업을 하면서도 머릿속에 계속해서 맴도는 아오이를 만나러 가게되는데..

 

 

마침내 아오이를 만나지만 그녀 곁에 있는 새로운 남자친구 마브를 함께 만난다.

(마브는 소설 원작에서는 마빈이라는 백인 사업가로 묘사되는데 영화에서는 왜인지 동양인으로 표현했다.)

마브는 그가 전 남자친구라는것도 모른채 쥰세이의 할아버지인 '세이지 아가타'라는 분의 작품을 통해 아오이를 만났다고 자랑한다.

마침 며칠 전 생일이었던 아오이에게 값비싼 선물해주는 모습을 보고 감정을 억누르며 축하를 해주고 저택을 벗어나게 되는데..

 

감정을 억누르고 축하해주며 저택을 벗어나는 쥰세이.

 

하지만 쥰세이의 태도를 눈치채고 아오이가 따라 나선다.

"새로운 남자친구라도 자랑하려고 연락처를 건내준거야? 난 너가 나로인해 힘들어 하고 있을 줄 알았어.."

"어째서 그런 생각을..? 옛날일? 그런건 다 잊었어."

굉장히 쌀쌀맞게 구는 아오이.

충격을 뒤로 한채 쥰세이는 다시 보금자리로 돌아오는데.. 집 앞에는 쥰세이의 현 여자친구인 메미가 기다리고 있었다.

"쥰세이, 큰일났어. 경찰이.."

 

 

누군가 쥰세이가 복원중이던 치에르고의 그림을 복원도 불가능할 정도로 훼손시켜놓은 것이었다.

덕분에 쥰세이는 용의자로 경찰서에 끌려가게 되버리고...

다음 날 아침,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나게 된 쥰세이.

 

일과 사랑을 모두 놓친 쥰세이 곁을 지켜주는 그녀.
늦은 밤 위험한 골목길에서 밤새 쥰세이를 기다린 그녀.

 

참고로 메미는 현재 쥰세이를 열렬히 사랑하는 사람으로 묘사되는데, 쥰세이는 그런 그녀에게 별로 관심이 없는 듯 하다.

위의 사진을 참고하면 위험한 골목길에서 쥰세이를 밤새 기다리던 메미가 다음 날 아침까지 같은 옷을 입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떻게든 쥰세이를 위로해주려는 그녀의 노력에도 무관심하게 쥰세이는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다.

참고로 소설에서 아오이의 외모에 대한 묘사는 특별히 나오지 않는데, 메미는 굉장히 아름다운 혼혈미녀로 묘사된다. 

나는 어렸을 때 이 부분에서 작가가 '왜 이런 등장인물을 넣어놓고 의미없이 방치하는걸까?' 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흘러 이 책을 다시 봤을 때 나는 새로운 시각으로 책이 읽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는 어떤 작품을 감상할 때 보통은 주인공의 시각에서 함께한다.

나는 남자로서 쥰세이의 시각으로 작품의 흐름을 따라갔는데, 처음 읽었을 때는 쥰세이의 감정만을 읽으려고 했다.

아오이를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쥰세이. 하지만 그런 그의 마음을 몰라주는 냉정한 아오이가 원망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쥰세이 또한 메미에게 같은 행동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쥰세이 뿐 아니라, 아오이 또한 마브를 곁에 두고 방치하고 있었다.

 

"아오이, 너는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나는 그걸 느낄 수가 없어."

 

늘 곁에서 함께하지만 그/그녀가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다고 느낄 수가 없다.

나를 사랑해달라고 떼를 써보기도 하고, 언젠가 나를 사랑해주리라 기다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항상 현실과 마주하기 무서웠지만 그들은 결국 용기를 내어 물어보게 되는데..

 

"기다려. 그렇게 가지마."
"그렇다면 나와 함께 하겠다는 말을 해줘."
"미안해. 하지만 그/그녀는 내 인생의 전부야."

 

이 작품이 정말 뛰어난 이유는,

사소한 엇갈림으로 크게 어긋났지만 시간이 흘러 결국에 완성된 사랑을 이루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쥰세이/아오이 커플만을 표현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주변에서 보고 듣거나, 혹은 본인이 겪는 사랑에서 위와 같은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때로는 주인공의 입장에서, 때로는 조연들의 입장에서.

사랑을 갈구하기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면서 말이다.

 

 

극중에서 나오는 죠반니 선생의 사망에 대한 설명.

죠반니 선생은 왜 본인이 맡겼던 쥰세이의 그림을 찢고 자살하게 된 것일까?

범인으로 묘사되던 다카하시의 말에 따르면, 죠반나 선생은 쥰세이를 질투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한결같이 꼿꼿했던 점도 문제가 아니었는지 말해준다.

정확히 이거다. 라는 해석은 없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죠반나 선생은 쥰세이를 연모하고 있었다.

그를 항상 곁에 두고 격려하며 애정섞인 눈빛도 보내지만 그의 눈동자에서 나에 대한 감정은 어머니 혹은 스승 그 이상을 읽을 수 없었다.

 

"죠반나 선생님은 어머니를 일찍 여윈 내게 어머니와도 같았다."

 

죠반나 선생은 누군가를 짝사랑하지만 이루어질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와 소설의 끝에 이르러 2000년 5월 25일 아오이의 생일이 찾아온다.

그리고 언젠가 가볍게 스쳐지나가듯 했던 그날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쥰세이는 피렌체 두오모 성당에 오르게 되고..

기적같이 둘은 피렌체 두오모에서 마주하게 된다.

 

영화에서만 표현할 수 있는 원작소설을 초월하는 장면과 음악들.

 

기적과도 같은 일이 일어나는 음악회.

소설과 영화에서 쥰세이 또한 기적과도 같았다고 말한다.

그들은 20세기에 처음 손을 잡았던 것처럼 21세기에 처음으로 손을 다시 잡게 된다.

그렇지만 하루가 지난 다음 날, 그들은 다시 사소한 일로 서로를 밀어내게 되는데...

평생동안 혼자 있는게 익숙했고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것이 어려웠던 아오이는 다시 자신만의 길을 걸으려 한다.

쥰세이 또한 열정적인 사랑 외에 존재하는 냉정함으로 그녀를 밀어내게 된다.

 

하지만 현재를 살아오면서 항상 과거를 떠올렸던 쥰세이는 이내 다시 정신을 가다듬게 되고..

이제는 미래를 향해 현재를 살기로 결심하며 떠난 아오이를 따라잡을 수 있는 열차에 오르게 된다.

여기까지가 소설의 내용이다.

그리고 아래는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소설 그 이후의 이야기..

 

영화는 시간상 주인공들의 성격묘사가 너무 빠르게 지나가 소설과 비교하면 아쉬운 부분이 많다.

그러므로 영화를 먼저 봤다하더라도 책을 읽을 때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소설을 꼭 읽어보길 권장하는 바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이 작품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내가 이번 글의 제목에서 쓴 것처럼 세상의 모든 사랑을 책 한권에 담고 있다.

우리가 살고있는 지금 이 순간.

우리는 극 중 어느 인물의 삶을 살고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게 해준다.

당신은 어떠한 쥰세이와 아오이로 살아가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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