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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 생각, 경험, 기록/내 인생의 경험과 생각정리

더크로스 김혁건, 어렸을 때 실물로 봤던 썰과 그에 대한 짧막한 이야기

by 소기남 2020.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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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14일경,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슈가맨이라는 방송에 '더크로스'가 나왔다는게 떠들썩 했다.

슈가맨은 과거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가수들을 불러모아 다시 라이브를 들려주는 일종의 추억팔이 방송인데, 더크로스의 메인보컬 김혁건의 라이브 무대를 볼 수 있었다는 것이 그 주제.

더크로스는 내가 중고등학교 시절인 2000년대초 한창 이름 날렸던 2인조 락발라드 듀오다.

멤버는 메인보컬 김혁건, 서브보컬&세션 이시하.

 

이시하 (좌) / 김혁건 (우)

 

언젠가 김혁건이 소속사와의 문제로 그룹을 탈퇴하고 2기 보컬로 김경헌이라는 인터넷노래짱이 영입되었는데 덕분에 팬들은 이시하를 배신자라고 낙인 찍었다.

이 이야기는 당시 팬까페를 중심으로 퍼졌고 그렇게 김혁건은 개인활동을 하게 된다.

더크로스의 대표곡으로는 당시에 수많은 성인남성과 청소년들의 성대를 찢어놓은 'Don't Cry'가 있으며, 방송에서 라이브로 부른적이 없다는 '당신을 위하여' 이렇게 두 가지 곡이 있다.

나는 방송을 보진 못했는데 이번에 무대에서 처음으로 '당신을 위하여' 라이브를 불렀다고 한다.

그런데 이 김혁건이라는 가수는 안타깝게도 현재는 큰 교통사고를 당하여 전신마비의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다.

 

휠체어를 탄 채 방송에 출연한 김혁건

 

당연히 방송에서도 휠체어를 탄 채 나왔고..

배에 힘을 줄 수도 없어 기계장치를 수동으로 조작하여야만 노래를 부를 수 있다. (made by 서울대 로봇공학과)

더크로스 김혁건의 근황을 잘 모르던 많은 사람들은 크게 놀랐을 듯..

바이크를 타고 가던 그는 불법 유턴 한 차량에 들이받혀 경추가 손상.

사고당시 이젠 죽었구나 싶었는데 부모님을 뵈어야한다는 생각에 복식호흡으로 버티다 기절했고 깨보니 병원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옆에서 기타와 피아노 반주를 해주는 멤버는 누구인가 알아봤는데, 놀랍게도 그는 원년멤버 '이시하'였다.

 

 

방송에서 김혁건이 밝힌바에 의하면 입대 전부터 이시하와 제대 후 3기 보컬로 재영입되어 더크로스를 부활시킬 예정이었는데 이런 사고를 당한 것이라고..

배신자 설은 그저 루머였고 이시하는 15여년간을 배신자 딱지를 안은채 살아온 것이다.

노래도 부를 수 없는 몸이 된 김혁건은 삶을 포기 할 지경에 이르렀지만 큰 소리 좀 내보라고 배를 누른 아버지 덕분에 배를 누르면 고음을 낼 수 있다는걸 깨달았고, 이 부분만 극복하면 노래를 다시 할 수 있을꺼라는 희망으로 배를 눌러가며 병원 주차장에서 애국가를 연습하는 투혼을 발휘했다고 한다. (배도 본인이 직접 누를 수 없는듯 하다..)

 

 

김혁건이 이런 절망속에 있을 때 이시하가 찾아와준 것이 많은 응원이 됐다고 한다.

그리고 슈가맨 시즌2에서 출연제의를 받았을 때 이시하가 함께 나가겠다고 했는데 김혁건이 좀 더 완벽한 무대를 위해 미뤘다 이번에 나온 것이라고..

안타까운 사고를 당했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과 우정으로 약 15년만에 함께 무대에 서게 된 더크로스.

그룹 이름대로 김혁건과 이시하는 시공간을 초월하여 크로스하였고, 그들의 노래를 한번쯤은 불러봤던 사람들의 가슴 속 깊은 곳을 끓어오르게 만들었을 것이다.


나는 과거 약 15년전에 더크로스 김혁건을 실물로 본 적이 있다.

아마 고등학생에서 성인이 될 무렵, 더크로스가 한창 날리던 2005~2006년도 겨울 그즈음으로 기억한다.

노래방에 심취했던 당시의 친했던 친구가 더크로스에 빠지지 않을리 없었고, 당시에 인터넷 커뮤니티를 주름잡던 Daum 팬까페에 가입하여 김혁건이 참여하는 오프라인 정모까지 신청을 했던 것.

지금이야 이런 팬미팅이 흔한 일이지만 어린 나이에 인터넷에서 오프라인 모임까지 주도한거 보면 진정으로 미쳐있던 녀석이었다.

뭐 말은 이래도 나도 노래방에서 Don't Cry로 성대 몇 번이나 찢어먹었기에 가해자 낯짝을 구경하러 간다는 생각으로 동반하게 됐다.

기억이 이젠 너무 가물가물해서 잘은 기억이 안나지만 대략 종로~종각 즈음의 어느 술집에서 모이기로 했던 것 같다.

나는 좀 무서운 마음이 컸던 것 같은데 당시 친구는 김혁건을 실물로 만난다는 생각으로 들떠있었고, 실제로 그 술집에는 김혁건에 빠진 딱 노래방을 좋아할 것 같은 남성들로 인산인해였다.

 

표정보니 돈크라이 부르고 있음

 

팬미팅이 시작하고 몇 분이나 지났을까.

엄청나게 덩치가 큰, 흡사 조폭(?)스럽게 슈트를 입은 덩치 좋은 형님이 등장하셨다;;

그 분은 김혁건의 친형이라고 밝혔고 간단한 사회를 진행했던 것 같다.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죄송..)

흥을 어느정도 띄운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김혁건이 무대로 등장했다.

좁은 술집이었지만 팬들의 환호성이 엄청났던 것으로 기억난다.

그리고 내 생에 처음으로 가장 가까이에서 본 연예인이 김혁건이었다.

 

거의 이런 모습에 가죽자켓을 입고 등장했던 김혁건

 

등장하는 순간 놀랐는데 내 느낌상 키는 대략 185cm정도에 등빨이 장난아니었고, 검은색 가죽자켓에 갈색 선글라스를 쓴 외모가 엄청나게 파격적이었다. (이번 포스팅을 작성하며 알아보니 프로필상 179cm이다.. 그땐 어마어마하게 커보였다.)

마초미가 마구 터지는 김혁건의 자태는 같은 남자인 내가 봐도 진짜 졸라 멋있다는 생각이 팍 들었었다.

대략 15년 전 과거를 들추는거다보니 거의 내 뇌피셜이긴한데, 김혁건은 반갑다는 말을 전하며 형과 함께 음악이 너무 좋아서 시작하게 됐다~ 뭐 그런 자신의 근황을 밝히면서 Don't Cry를 한 곡 뽑아줬다.

당연히 술집은 열광의 도가니.

김혁건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에 주변 남자들이 입을 가리고 숨죽여 지켜보던 그런 모습이 떠오른다.

 

 

그 후의 일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이제는 그저 연예인을 같은 공간에서 만나고 노래를 아주 가까이에서 들었던 그런 감동만 남아있다.

15년만에 우정으로 뭉친 김혁건과 이시하.

그들의 이름을 줄여서 더크로스.

이번 소식으로 내 인생에 더크로스라는 이름의 두 번째 감동이 남게됐다.

 

가수로서의 당신들을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더크로스 #the cross #돈크라이 #don't cry #김혁건 #이시하 #감동 #내 안의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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