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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 Movie : 책과 영화

도깨비 시청후기, 날 눈물흘리게 한 드라마

by 소기남 2020.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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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드라마 자체를 보지 않는다.

꾸준하게 본 드라마라고 하면 10대에 허준, 20대에 하이킥 시리즈, 일말의 순정 이 정도가 있다.

근데 그래봐야 뭐 얼마나 꾸준하게 봤겠는가.. 1화부터 하나도 놓치지 않고 본 드라마는 없었다.

그때야 뭐 한편당 회차가 기본 30회가 넘던 시절이니 뭐 그럴만도 하다. (사실 게임이 더 좋았다.)

 

그렇게 지내다가 여자친구가 인생 드라마가 도깨비와 미스터 선샤인이라고 하며 꼭 함께 보고 싶다고 해서 보기 시작하게 됐다.

그렇게 넷플릭스에서 도깨비를 시청하게 되는데..

1~3화까지의 강렬한 시퀀스와 화려한 연출, 그리고 요즘은 나름대로 흔하다곤 하지만 동양적 판타지 요소가 적절하게 어우러진 초반 전개는 정말이지 나를 확 끌어들이게 만들었다.

무신이라 받들여지는 초절정 미남 캐릭터가 검을 들고 초능력을 쓴다니..!

드라마에 관심없는 소년들이라도 빠져들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설정이었다.

게임 어쌔신 크리드의 영향을 받은듯한 장면

귀신을 보는 소녀의 안타까운 운명, 평생 슬픔을 안고 살아가야하는 도깨비

그리고 서브 스토리라고 할 수 있는 기억을 잃은 저승사자와 이루어질 수 없었던 사랑을 간직한 여인의 운명.

4명의 캐릭터를 중심으로 16화까지 얽혀있는 관계를 흥미진진하게 잘 풀어낸 수작 드라마라고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공유X김고은 보다는 공유X이동욱의 환상 케미가 더 나의 관심포인트였다 ㅋㅋ

4화부터는 공유와 김고은이 너무 꽁냥거리기만 해서 지루함을 느끼기도 했다.

덕분에 드라마 진행 중반부에서 '이게 한국 드라마의 한계인가..?' 싶었지만

그래도 이 때 겪었던 서로간의 로맨스들이 마지막에 다다라서 공유가 알고있던 모든 사람들이 떠나고 홀로 남았을 때 '영생이라는게 반드시 좋기만 한 것은 아니구나..' 라고 공감할 수 있는 에피소드들을 만들어놓은 밑거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후반부에는 초능력과 퇴마물을 섞은 소재의 드라마라는걸 잊지않고 박중원이라는 악귀를 출연시켜 긴장감을 끌어올려준 부분은 괜찮다고 느끼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처음 눈물이 차오른 장면은 눈의 사막에서 홀로 걷는 공유가 손에 쥐고 있던 종이쪽지가 날아갔을때였다.

종이 쪽지를 쫓다가 눈밭에 자빠진 공유.

눈의 사막에서..

마침 우연찮게도 그때 홀로 케이크에 촛불을 부는 김고은의 소환의식이 맞아떨어지는데 눈가에서 떨어지는 눈물을 느낄 수 있었다.

두번째 눈물은 기억을 잃은 김고은이 캐나다에 갔을때였다.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먹는 데이트를 한 공유와 김고은.

늦은 저녁에 홀로 퀘벡의 공원을 돌다가 분수 옆을 지나면서 '저 언덕에는 볼거 없다'고 방향을 틀게한 공유의 모습에 과거의 기억이 되살아 난다.

분수대 옆에서 오열하며 달려가는 장면에서 카메라 워크의 연출과 색감이 너무 아름다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BGM 미친다 진짜..

내가 널~ 기억할께~

근처 촛불을 켜둔 가게 앞의 불을 끄면서 오열하는 장면까지 감동적이었다.

나이가 먹으니 점점 눈물이 많아지는건가..

마지막 엔딩에서 모두가 해피엔딩을 맞는 부분까지 꽤 좋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문학작품에서 새드엔딩&배드엔딩을 좋아하는데, 이런 내 취향에도 불구하고 무거운 슬픔을 견디어내고 얻어내는 해피엔딩은 합격점이었다고 말해주고 싶다.

김은숙 작가

드라마의 제작사 스튜디오 드래곤은 김은숙 작가라는 걸출한 작가를 영입하여 좋은 작품들을 만들었고 주식이 상장한 이후 빠른 속도로 성장해온 회사로도 유명한데, 이런 작품을 직접보지 못한 나는 그냥 드라마 잘 만드는 회사인가라고만 생각했었다.

이번 도깨비 시청을 기회로 한국의 문화컨텐츠의 앞날이 굉장히 밝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좋은 계기였다고 생각하며, 다음 시청 드라마는 미스터 션샤인으로 결정되었다.

도깨비는 16화의 길지도 짧지도 않은 적절한 분량의 드라마였는데, 그보다 10화가 더 긴 미스터 선샤인은 내게 더 깊고 진한 감동을 선사해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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