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ar: 자동차 이야기

3세대 K5 풀체인지, K5로 보는 기아차의 디자인 역사

by 소기남 2019. 12. 26.
반응형

이번에 기아자동차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K5의 3세대 풀체인지가 출시했다.

K5.. 3세대라고 하지만 사실 옵티마의 6세대 모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2000년 7월 10일 출시한 옵티마 초기형

 

기아자동차는 현대에 인수합병되기 전 콩고드라는 차량의 중형차를 판매다가 이 후 옵티마라는 이름으로 차량을 출시했다. 한국에선 로체라는 이름으로 한 번 변경이 되긴 했었지만 해외에선 여전히 옵티마를 사용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가 가장 공을 들이는 북미 시장에서 쭈욱 옵티마라는 이름을 쓰고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옵티마는 기아자동차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차량이다.

사실 거의 대부분의 상용차 회사들은 중형모델인 E세그먼트가 회사의 이미지를 대변한다. (물론 예외도 있다. BMW의 3시리즈 등)

 

 

로체 초기형, 어벙하게 생겼다.

 

위의 이미지는 잠시 로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던 시절의 디자인이다.

한국 자동차 역사가 그랬듯 기아자동차도 디자인 정체성이라고는 1도 찾아볼 수 없는 그냥 시대의 트렌드에 맞춘 무난한 디자인이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2000년대 초 어느 날 기아자동차가 피터슈라이어라는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인계의 거장을 영입하게 된다.

훗날 이 남자는 기아자동차 부사장과 사장을 넘어 현대기아 자동차그룹 디자인 총괄 사장직까지 맡게 된다.

2019년 12월 현재까지도 재직중이다.

당시 아우디 총괄 디자이너로 재직중이었으며, 한 시대를 풍미한 아우디 TT와 골프 4세대를 만들어낸 장본인이기도 하다.

 

아우디 TT 로드스터 / 골프 4세대

 

당연히 국내외 자동차 매체에서 이슈가 되었는데, 어쩌다 거장이 돈에 영혼을 팔게 된거냐는 팬들의 원성도 있었다.

어쨋든, 피터슈라이어가 기아차의 디자인 책임자로 오게 되면서 디자인 경영이라는 슬로건을 앞세우게 된다.

 

 

피터슈라이어: "한국 자동차에는 디자인 아이덴티티가 없다. 내가 직접 나서겠다."

 

 

 

로체 초기형 / 로체 이노베이션 (F/L)

 

그는 옵티마에 호랑이코 그릴이라는 아이덴티티를 부여하여 어벙한 인상을 와이드하고 샤프한 이미지로 바꾸었다.

그럼에도 중형차계의 절대강자 쏘나타의 아성엔 미치지 못했지만, 대중들의 반응은 괜찮은 편이었다.

이때 로체 초기형을 산 사람들은 로체 이노베이션을 보고 땅을 치며 후회했다고 한다.

 

 

"ㅋㅋㅋ 그러게 조금만 늦게 사지 그랬냐. 아유 꼬셔"

 

.

.

.

 

 

"하이"

 

 

 

 로체, 로체이노 오너들 상황

 

로체 이노베이션이 출시 후 얼마간의 시간이 흘러 K5 라는 이름으로 차량이 출시되는데...

아마 차를 산지 얼마 안되었던 로체 차주들은 멘붕을 했으리라 장담한다.

당시 자동차에 별 관심없던 20대 초반의 나조차도 디자인에 의한 충격을 받게 될 정도였으니 말이다.

외제차를 봐도 그냥 바퀴 4개 달린 이동수단이라고만 생각해왔는데, 생전 처음으로

갖.고.싶.다

라는 열망을 품게 된 그런 차가 탄생한 것이었다.

그리고 K5의 등장으로 잠깐이지만 중형차 월간 판매량에서 쏘나타를 끌어내리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YF 쏘나타 / K5 1세대 (코드명: TF)

 

이전까지 해외에서 쏘나타와 옵티마(K5)는 가성비있는 그저그런 차라는 이미지였는데, 2010년경 현대기아 자동차 그룹은 이 두 차종으로 북미와 해외시장을 강타한다.

특히 북미시장은 세계최대의 자동차 시장으로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이다.

이 때 처음으로 북미시장 총 점유율 10%의 기록을 돌파하나? 라는 관측도 나왔는데 9.8%대에서 그친것으로 알고있다.

9%대라는 수치라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기록이다.

 

더 뉴 K5 (1세대 페이스 리프트)

 

자동차는 보통 5년을 주기로 모델을 풀체인지하는데, 2~3년 사이에 상품성을 강화한 페이스 리프트(성형수술)를 실시한다.

이때 미남스타로 유명한 현빈이 모델을 맡기도 했다. 이때까지도 K5의 인기는 식을 줄 몰랐다.

이런 미친듯한 판매량으로 사회적 부작용까지 발생했으니..

'과학' 혹은 '그 차' 로 불리는 양카계의 대명사 '흰색 허짜 K5' 라는 오명이다.

너무나도 스포티한 디자인에 어린 친구들이 험악한 운전을 하여 생긴 별명이다... (씁쓸)

 

세계적으로 공신력 있는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도 상을 수상한바 있다.
K5 2세대 컨셉카 '스포트 스페이스'

 

시간이 흘러 5년의 주기가 돌아와 풀체인지를 맞이하게 될 K5를 위해 스포트 스페이스라는 컨셉카가 공개됐다.

컨셉카는 다음에 출시될 차량의 디자인적인 방향성을 살펴볼 수 있는 것으로 다음 모델을 유추할 수 있는 근간이 된다.

나도 굉장히 관심이 많은 차였기에 이 컨셉 모델을 보고 말 그대로 뻑이갔던 기억이 떠오른다.

 

 

컨셉이 이정도이니.. 실물도 쩔겠제....??

 

많은 자동차 팬들이 스포트 스페이스 이후 2세대 K5 의 등장에 잠을 못이룰 정도였다고 한다.. (내 얘기임 ㅎ)

컨셉모델 공개 후 수개월이 흘러 K5의 2세대 모델이 공개되었는데..

 

전면부 디자인을 2가지로 나누어 출시했다. 가솔린 / 터보로 디자인이 나뉨. (코드명:JF)
...

.. 무난하네..

이런게 내가 느낀 세간의 평판이었다.

1세대에서 보여 준 충격이 너무 컸던걸까, 아니면 우리의 눈높이가 너무 올라가버린걸까..?

얼굴을 두개로 나눈거보니 확실한건 2세대에서는 1세대만큼의 발전을 보여줄 자신이 없었던 것 같다.

판매량은 그런데로 높았지만, 형님인 쏘나타의 뺨을 한대 후려갈길만한 이변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뉴 K5 2세대 (F/L)

다시 시간이 흘러 페이스 리프트를 시도했지만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오히려 두가지 얼굴의 선택권을 준다던 것은 사라지고 둘 중 판매량이 좀 더 높았던 터보모델의 디자인을 채용하여 개선할 뿐이었다.

K5는 첫 등장 이후 쭉 내리막길을 걷는 한때 인기가 많았던 연예인같은 신세가 되어버렸다.

그냥 여전히 TV에는 간간히 비추지만 존재감은 없는 그런 느낌이랄까..?

심지어 이번 K5는 컨셉모델도 따로 공개해주지도 않았다.

출시 전 돌아다니는 스파이샷만이 3세대 K5의 디자인을 가늠할 수 있게 해주었으나 이미 K5는 내 관심 밖으로 멀리 사라진 차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2019년 12월

3세대 K5 랜더링 이미지 (코드명:DL3)
카림 하비브 기아차 디자인 센터장과 K5 3세대 (출처: 팍스넷)

 

K5 3세대 모델이 공개됐다.

이전의 아팠던 경험을 잊기 위해 칼을 갈았던 걸까.

세상에 없던 디테일들까지 모조리 집어넣어 정말 참신하고 혁신적인 디자인을 이루어내고 만 것이다.

개인적으로 럭셔리 자동차에서도 보기 힘든 수준의 디자인 완성도를 뽐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K5는 메인컬러가 파란색이다. 흰색은 개인적으로 좀 별로인듯.

 

해외 자동차 매체와 팬들도 이번 3세대 K5의 디자인과 디테일에 찬사를 보내주고 있다.

말해 뭐하겠는가.

이미 자동차 팬들은 1세대 K5를 이제 놓아주어도 될 것 같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번 K5의 출시로 다시 한 번 형님인 쏘나타의 멱살을 끌어내리는 진풍경을 볼 수 있길 기대해본다.

중형차 업계의 판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K5 #K5 풀체인지 #K5 3세대 #K5 쏘나타 #피터슈라이어 #옵티마 #K5 TF #K5 JF #K5 DL3 #소기남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