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리뷰는 강력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블로그에서 영화에 대한 포스팅을 쓰는건 이게 두번째다.

이전 포스팅을 보면 알겠지만, 개인적으로 한국영화를 영화관에서 보는걸 썩 좋아하지 않는다.

외국영화 최고! 이런게 아니라 소비자로서 같은 돈을 내고 보기에 경험상 기대에 못미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따금씩 내 기준에 괜찮아 보이는 한국영화가 있으면 영화관에 가서 곧잘 보기도 한다.

이번 기생충은 괴물, 마더, 설국열차로 유명한 봉준호 감독의 작품이다. (그 중에서 마더를 굉장히 좋아한다.)

영화를 보기 전에 어떠한 내용도 알고가지 않았으며, 그것을 보고 난 후에 생각나는데로 적는 리뷰이다.

 

※쿠키 영상은 없습니다.


 

영화는 음침하고 별로 살고싶지 않게 생긴 어수선한 반지하방에서 시작된다.

기우(최우식)은 몰래 써오던 남의 집 와이파이에 비밀번호가 걸리자 안절부절하며 온 집안을 돌아다니는데,

인간의 집에 얹혀사는 바퀴벌레=기생충과 닮았다. (앞으로 이런 장면이 계속 나와준다)

이 가족들이 어떠한 삶을 살아가는지에 대한 장면이다.

고정수입원이 없는 4인의 가족

이들은 피자박스를 접는 것으로 생계를 간신히 유지중인데, 새파랗게 젊은 영세업체의 사장에게조차 굽신거리면서 생계를 연명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나중에는 고객으로 가서 사장이 지나가는데 쳐다도 안보고 피자만 먹음)

그런 와중에 우연히 기우는 친구 민혁(박서준)에게 부잣집 과외를 소개받아 들어가게 되고..

 

그 집으로 향해 올라가는 길은 너무나 높다.

영화에서는 기우가 부잣집에 올라가는 길을 비추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앵글은 영화가 끝날때까지 계속 같은 구도에서 비춰준다.

높아도 너무 높아 걸어올라가면 숨이 찰 정도의 높이에 집에 사는 박사장네(이선균)와는 다르게 기택네(송강호) 가족이 사는 곳은 햇볓조차 잘 들지 않는 반지하방으로 두 집안의 격차를 나타내준다.

 

연교(조여정)은 처음 기택의 방문에 대해서 언짢아 한다.

왜냐면 검증되지 않은 생판 남으로 자신의 집에 들어와도 될만한 수준의 사람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치만 기우의 카리스마있는 수업진행 참관 후 태도가 180도 달라지게 된다.

기우는 첫수업을 마치고 나가는길에 연교의 팔불출스러운 자기 아들 자랑에 맞장구를 쳐주고, 자신이 거짓으로 고소득의 일을 얻었던것처럼 자신의 동생 기정(박소담)을 집안에 들여놓는데 성공한다.

이 맞장구 쳐주는 행위는 고객의 입맛에 비위를 맞추는 샐러리맨=직장인 또는 회사면접에서 면접관의 비위를 맞춰가며 그들의 마음에 들기 위해 애쓰는 면접자정도로 볼 수 있다.

 

처음에 민혁(박서준)이 문서를 위조하여 일을 시작하라 했을때는 그래선 안되는거 아니냐고 손사레치지만

벌어들이는 돈에 홀려버린 탓인지 처음의 알량한 양심은 온데간데 없고 성실하게 일하던 사람들의 일자리마저 사기&조작 행위로 쫓아내게 한다.

이 부분 또한 기생충의 생태와 닮아있다.

 

연교는 부잣집 사모님으로 말 끝마다 영어를 붙히는 허세를 부리는데, 실제로 영어를 잘하는 사람일 수도 있으나.

내가 잘못본게 아니라면 연교는 자신보다 수준이 낮은 사람들에게만 영어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상대방과 나의 수준격차를 내세우려는 허영심에서 나온 모습이 아닌가 싶다.

 

기우와도 하는 대사이지만 기정이의 첫 미술수업 이후에 집으로 보내기 전 하는 대사가 있다.

 

"요즘은 믿을 사람이 없어서 주변 사람에게 추천받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게 확실한 것 같아요. 그렇지 않아요?"

 

이는 자신과 수준이 맞지 않은 사람과는 어울릴 생각이 없는 상류층의 모습을 나타내주는것이다.

 

박사장은 젊은 유망한 사업가로 젠틀하고 성실한 아버지의 모습으로 묘사된다.

그렇지만 그도 부인 연교와 마찬가지로 아랫사람들이 자신에게 선을 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사람이다.

 

박사장과 연교는 항상 품위있는 모습을 유지하지만 내면에는 하층민들을 무시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 사람들한테서 이상한 냄새가 나지 않아? 가끔 타는 지하철에서 맡을 수 있는.. 반지하방 냄새야"

 

이들은 상류층 사람으로서 남들이 보기에는 품위가 있는 사람들이지만, 이면에는 차별적인 우월감으로 가득찬 자들이다.

 

기택네 가족들이 저택에서 술판을 벌일때 하는 대화가 있다

 

"이 집안 사람들은 정말 착한 사람들인것 같아."

"돈이 많아서 그래. 나한테 그만한 돈이 있었으면 더 착했을껄?"

 

 

봉준호 감독은 상류층 사람들이 품위있는 척하는 것도 일종의 거짓이나 허세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이 부분에 대한 해답은 아래 장면에서 유추해볼 수 있다.

 

폭우로 인하여 캠핑장에 가지 못한 부잣집 가족들.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아들은 기어코 정원에 텐트를 치고 그곳에서 놀게 되는데

그 앞에서 박사장과 연교는 어린 아들이 볼지도 모르는 거실쇼파에서 음란행위를 한다.

연교는 섹스라는 단어를 꺼내는걸 상스럽다고 기피하면서도 흥분하자 약을 달라는 대사를 하는데..

 

이건 약을 하겠다는 말이 섹스라는 단어보다 익숙하거나 저급하지 않다는 생각에서 나오는 것이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사고방식이다.

 

박사장은 젠틀하면서 근엄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애무를 하며 좋아? 좋아?라는 대사를 남발한다.

 

이들도 결국엔 한꺼풀 벗겨보면 반지하방의 하류층들과 인간으로서 근본적으로 서로 다르지 않다는걸 나타내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아니, 오히려 더 추악할지도 모른다.

 

 

아, 그리고 또 생각난건데 테이블 밑에서 숨어있다가 탈출하는 장면에서 박사장 부부가 깨어나자

기택이 바닥에 꾸물꾸물 거리면서 기어가다가 얼어붙는 장면이 있는데,

인간의 가정집에 얹혀사는 바퀴벌레=기생충이 자신의 존재를 들킬 것 같자 숨죽이고 없는척 하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것으로 꽤 재치있는 장면이라고 느꼈다.

 

 

그리고 탈출장면에서 차고를 빠져나와 그 높은 동네에서 본인들의 원래 위치인 반지하방으로 내려가는 장면.

앞서 말한 저택의 앵글이 비춰지는 높은 동네를 벗어나 내리막길을 하염없이 내려간다.

이제 이쯤되면 동네에 도착했겠거니 싶은데 거기서 또 계속 내려간다. 바닥이 어디까지인지 감도 안잡힐만큼..

 

원래의 동네로 돌아가보니 자신들의 원래 자리인 반지하방은 장맛비에 아수라장이 되어있었다.

비가 전혀 새지 않는 미국제 어린이 텐트에서 아빠와 새벽까지 무전놀이를 하는 모습이 다시 한번 대조된다.

 

 

그리고 숙주와 기생충들이 알지못하는 가운데 또 다른 기생충들이 있었다.

가정부와 뭔가 모자라보이는 그의 남편이다.

 

기택네 가족이 술판을 벌이는데 울려퍼지는 벨소리.

그리고 인터폰으로 보이는 복숭아 알러지에 의해 기괴하게 부어버린 얼굴.

이 장면부터 시작해서 탈출하기까지 정말 말 그대로 숨이 막힐만큼 나를 몰아붙혔다.

 

 

가정부는 비밀지하실로 들어가 살게 된 기구한 사연들에 대해 줄줄히 설명하는데, 이들은 우리가 생각하지도 못할만한 진정한 하류층 사람들을 묘사하는 것이다.

 

주민등록번호조차 말소된 인생을 살고 있는 삶.

우리는 그것이 어떠한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분명히 있을 것이다. 단지, 우리는 그들을 볼 수 없을 뿐이다.

(빚에 쫓기는 악성채무자, 조직폭력배, 살인수배자, 창녀, 호스트 등)

 

어쨋든 그들도 사람이고 생존을 위해 그 위치를 사수하여야만 했다.

서로 밀려날 수 없었기에 싸움이 벌어지고 처음의 승기는 가정부네 부부가 쥐게 된다.

 

가정부는 처음에 같은 처지니 사정을 봐달라하였지만, 본인이 승기를 쥐고부터는 굉장히 거만한 태도를 보인다.

북한 뉴스 아나운서 성대모사를 하는 장면은 국제정세, 미국과 북한, 그리고 남한의 관계를 나타내주는 것 같다.

휴대폰 동영상을 무기로 삼는 것은 북한의 핵무기를 묘사한 것으로 보이는데, 계급간의 구도적 측면에서 해석은

"그들의 운명을 쥐고 있는건 결국 상류층이며 그들의 심기를 거슬러서는 안된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것은 박사장이 극중에 자주 말하는 '선을 넘지 않아야 한다' 라는 것에 어울리는 장면이다.

그들은 뒤에서는 상류층을 욕하며 헐 뜯지만, 실제로는 선을 넘지 않기 위해 필사적인 장면이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최종 클라이막스에서는 부잣집 아들의 생일 날 트라우마를 극복시켜주기 위해 이벤트를 준비하는데

박사장은 기택에게 생일파티에 대한 계획에 대해 신나게 얘기를 한다.

무계획이 계획이라던 기택은 자신의 앞에서 신나서 줄줄이 계획을 읊는 박사장이 아니꼬와서였을까? 

지금껏 비위를 맞춰오던 기택은 박사장의 비위를 맞추지 못하고 결국 '선'을 넘게 되어버린다.

어떠한 계획을 세워도 실패만 하던 인생.

계획 자체를 포기 한 사람 앞에서 아무런 생계걱정없이 생일파티같은 사소한 일 조차 계획을 세워가는 모습에 증오감을 느낀 것으로 보였다.

이것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일지 모른다.

나는 당장 이번 달 생활비가 걱정인데 누구는 쉽게 여행을 떠나며 외제차를 사고, 유학을 다녀와서 사업을 차린다는 말을 당연하다는 듯이 떠벌리는 나 이외의 사람들에 대한 질투심.

 

앞에서는 항상 젠틀하고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주던 박사장은 거리낌없이 인디언 모자를 이마 위로 치켜올리고

인상을 잔뜩 쓰며 기택을 나무라는데.. 이 또한 젊은 상사에게 꾸지람을 듣는 중년의 샐러리맨의 모습을 상징한다고 볼 수도 있겠다.

 

아무튼 비밀 지하실에서 뛰쳐나온 가정부의 남편에게 기정이가 칼에 찔리고 모두가 혼비백산할때 차키를 달라고 하는 박사장.

딸과 박사장 또는 가정과 고용주 사이에 어느 걸 지켜야할지 혼란스러운 그때 우선 본인의 역할에 충실하게 차키를 건낸다.

하지만 실패하고.. 시체 밑에 깔린 차키를 꺼내드는 박사장이 코를 막는 모습에 기택은 박사장을 칼로 찔러버린다.

그리고 모두를 피해 계단을 내려가며 '히히히...' 하고 숨죽여 웃는 장면.

 

이건 평생 선을 넘지 않고 숨죽여온 자신의 삶에 대한 해방감이었을까?

 

그렇게 그는 사회의 눈을 피해 비밀 지하실로 들어간다.

 

돌에 맞고 기절해있다가 한달만에 깨어난 기우.

그는 형사가 형사스럽지 않아 보이고, 의사가 의사스럽지 않아 보인다.

보통 우리는 어떤 직업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있다.

형사는 박력있게 생겼을 것이고 의사는 소위 똑똑해 보인다는 그런 이미지 말이다.

 

처음에 박서준은 기택에게 이런 말을 한다.

 

"술만 쳐먹는 대학생보다 4수를 해도 공부를 열심히 하는 네 녀석이 더 쓸모있어"

 

기우는 본질적인 위치에 올라서지 않았어도 서울대생 케빈쌤의 인생을 살수 있었다.

그리고 충분히 그런 능력이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본질적으로 백수다.

 

<<부잣집 아들의 생일 파티에서>>

"다혜야, 나 여기에 잘어울려..?"

"응? 무슨소리야?"

"내가 여기 있는게 잘 어울리냐고.."

 

기우는 본인 스스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남들에게 비춰지는 모습이 진정한 자신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그러나 형사같지도 않게 생긴 형사, 의사 같지도 않게 생긴 의사는 실제로 진짜다.

서울대생 같지만 서울대생이 아닌 '가짜'인 자신과는 다른 '진짜'에 대한 박탈감에 대한 장면인것이다.

 

이건 능력이 있음에도 취직을 하지 못하는.. 낙하산에 밀려 기회조차 잡을 수 없는 청년들을 대변하는 장면이라고 본다.

 

그리고 회복을 하며 아버지의 생사여부를 확인한 기우.

그는 아버지 기택에게 편지를 쓴다.

 

"아버지 저는 계획을 정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돈을 벌 것입니다."

 

기우는 무계획이 계획이라던 아버지와는 다른 길을 정했다.

사실 정상적인 사고의 사람이라면 모두들 최소한의 계획은 있기 마련이다.

 

송강호의 무계획이 계획이라는 말은 패배주의적인 사고에서 기인한 것이다.

무얼 해도 지금보다 나아질 수 없다는 하류층들의 좌절감, 상실감에 대한 묘사다.

 

기우는 편지를 쓰며 고급정장을 입은채로 저택에 입성하여 아버지를 두팔로 반기는 장면을 꿈꾼다.

하지만 그 속에서 어떤 일을 해서 그가 그렇게 성공했는지에 대해서는 알 방법이 없다.

그저 어떻게 해서든 돈을 많이 벌기로 했으므로..

하지만 그 희망은 이루어지기가 힘든 것을 넘어 불가능할 것만 같게 느껴졌다.

 


 

 

감독은 계급간의 어떠한 불평등으로 인하여 돈에 광적인 집착을 보이는 사람을 양산해낸다고 표현하고 싶었던 것일까?

단순히 한 번의 관람으로 평가할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다수의 한국에 작품에서는 부자=악 / 가난=선 이라는 구도를 써왔는데

특이하게 이 작품에서는 서민이 악으로 묘사되는듯하다. (절대 악은 아니지만서도)

 

영화나 책에 대해서 숨겨진 메세지와 창작자의 의도에 대해 이야기하는걸 좋아하는데

이렇게 글로 써보니 상당히 힘들다.. 수석이라든가 모스부호라든가.. 나머지 등장인물 등등.. 빠진게 많다.

생각나는데로 막 적다보니 쓰다가 3번을 갈아엎어썼지만 잘 쓴 것 같지도 않다.

 

변명을 좀 하자면 작품에 대한 해석은 100명이 봤으면 100명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원작자가 의도한 것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다각도로 볼 수 있는 작품들은 여러번을 봐도 볼때마다 이전과는 다른 재미를 찾아낼 수 있다.

이 작품이 그러하다.

 

봉준호 작품중에는 마더라는 영화를 굉장히 좋아하여 여러번 다시 봤는데,

이번 작품은 마더를 뛰어넘는 수작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황금종려상도 받았겠지만서도 말이다 ㅎㅎ 아무튼 봉준호 감독이 존경스럽다

한국영화를 영화관에서 보기 싫어하는 나를 다시 영화관에 가게 해줄 좋은 작품을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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